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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회개의 삶을 사는 소공동체”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창세기 1,1) 
하느님께서는 땅 위에 온갖 풀과 과일나무를 제 종류대로 돋아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하느님께서는 물속에는 각종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하늘에는 온갖 새들이 날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하느님께서는 땅 위에 집짐승과 들짐승,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것들을 만드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하느님께서 당신과 비슷하게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시고,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리게 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 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당신이 만드신 모든 것을 다스리라고 하신 것은 인간이 피조물들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를 행사하며 마음대로 훼손하고 짓밟아도 좋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일구고 돌보라’ (창세기 2,15) 는 당부 말씀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일구다’는 말씀은 밭을 갈고 돌을 골라내고 고랑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생명이 자랄 수 있도록 일하라는 의미이고, ‘돌보라’는 말씀은 씨앗이 잘 자라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김매고 물 주고 거름 주고 애정으로 보살피고, 보호하라는 의미입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대신하여 책임지고 보전하라는 말씀입니다 (‘찬미받으소서’ 67항). 

  하느님은 인간이 이 땅 위에서 복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참으로 오랜 시간 공들이고, 있는 정성을 다해, 최고의 솜씨로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빚어주셨습니다. 자연과학자들은 우리 공동의 집 ‘지구’ 가 45억 년 전에 뜨거운 불덩어리로 태어났다고 알려줍니다. 이 불덩어리가 겉 표면만 식는 데 5억 년이 걸렸습니다. 식는 동안 단단한 지각이 만들어지고, 산과 계곡이 주름 잡혔습니다. 다시 5억 년이 흐른 다음 생명의 씨앗인 원시 세포가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5억 년이 흐르자 태양의 빛을 받아 광합성이 시작되고 식물이 태어났습니다. 생명이 탄생한 후 생명은 진화를 거듭하고, 식물과 바다 생물과 양서류와 날개 달린 생물과 파충류와 포유류가 나타났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생명체가 다채롭게 펼쳐져 나왔습니다. 이 다양한 생명체들 중 인간이 제일 마지막으로 등장했습니다. 지구 전체의 나이가 45억 년인데 인간이 출현한 것은 불과 5만 년 전입니다.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인류의 역사는 다 해봐야 그 9만 분의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면서 수만 년의 세월 동안 큰 변화 없이 소박하게 살아왔습니다. 소를 키우면 암소는 젖을 짜 먹고, 황소는 밭에서 논에서 일을 시켰습니다. 가축이 배설을 하면 퇴비를 만들어 밭에 뿌리고 곡식은 잘 익어갔습니다. 가축이 할 일을 다 하면 고기는 식탁에 올리고, 가죽은 말려서 신발을 만들거나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머리끝에서 꼬리까지 하나도 남는 것도 버릴 것도 없었습니다. 집을 짓고 길을 닦고 다리를 놓아도, 나무나 돌을 써서 오래되면 원래의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쇠붙이를 쓰더라도 다 재활용이 가능하여 버릴 것이 없었습니다. 농산물이나 공산품을 만들더라도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소비할 만큼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없고 대부분 재활용되거나 순환되어 쓰레기가 쌓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200년 전쯤 시작된 산업혁명이라는 시대를 거치며 인류는 그 전의 지구 생태계가 작동되던 순환적 구조를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나무를 베어내서 집을 지어도 다시 나무가 자라서 새 목재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목재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할 여유가 있었습니다. 상품 생산이 인간의 직접적인 노동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고, 상품 수송도 인간과 가축이 담당했기에 과다한 유통도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산업화의 물결이 세상을 주도하면서 생태계의 유기적, 순환적 구조가 무너졌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의 과도한 욕망의 도구가 되어 무한한 성장과 발전을 부추기며 유한한 지구자원을 탕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회칙 ‘찬미받으소서!’ 에서 지구라는 ‘우리 누이, 우리 어머니 같은 우리 공동의 집’ 이 울부짖고 있다고 호소하십니다. 우리가 지구를 우리 마음대로 처리해도 괜찮을 소유물로 착각하고 남용하고 수탈하여, 우리 누이, 우리 어머니 지구는 병들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고통 속에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해마다 가정과 기업, 건설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억 톤의 분해되지 않는 각종 맹독성, 방사성 폐기물들이 지구를 뒤덮어, 지구 전체가 쓰레기 더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찬미 받으소서’ 21항). 

  오로지 이윤 추구를 위한 무한대의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화석 연료를 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탄산가스, 메탄가스, 질소산화물 등의 분출이 대기권에 온실가스 층을 급속도로 증가시키며 지구 온난화 현상을 촉진하고 지구 생태계를 질식시키며 위협하고 있습니다. 온난화는 지구의 탄소 사이클에 영향을 미치고, 식수, 에너지, 온대지역에서의 농업생산에 다시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생명들 안에 다양한 종들의 생명을 급속도로 영구히 멸종시켜가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대단위 농장 조성, 댐 건설 등의 개발 행위는 그 지역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동식물들의 멸종을 촉진시켜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누리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고정시켜 놓으신 물질의 가장 깊은 밑바닥(핵) 구조를 흔들고 폭발시켜 그 열기로 발전소를 돌리고, 거기서 나오는 처치 곤란한 폐기물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쌓아 놓기만 합니다. 우리의 하늘, 땅, 물이 오염되고 회복이 불가능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수십억 년 걸려 빚으신 아름다운 지구행성의 생태계를 인간은 불과 지난 200년 동안 반생명적 쓰레기 야적장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물, 공기, 토양 등의 ‘자연환경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공공재입니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을 사유화해도, 모든 이의 이익을 위해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이들의 생존을 부인하며 우리의 양심을 거스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세계 인구의 20%가 가난한 나라와 미래 세대의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것을 훔치면서까지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  상황은 “사람을 죽이지 마라.” 는 계명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교종 프란치스코는 고발하십니다’ (‘찬미받으소서’ 95항).

  하느님은 일찍이 우리에게 두 종류의 계시를 선물하셨습니다. 하나는 인간에게 말씀으로 들려주신 문자 메시지요, 다른 하나는 조화와 통합으로 아름답게 지어진 우리 공동의 집에 새겨진 메시지입니다. 우리에게 들려주신 문자 메시지에도 인류는 합당하게 응답해오지 못 했지만, 우리 공동의 집에 새겨주신 메시지에는 너무나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우리는 창조주께서 임대해 주신 우리 공동의 집에서 셋방살이 하면서도 임차료 내지 않고, 주인의 호의와 은혜에 아무런 보답도 못 한 채 담장이 무너지고 문짝이 뜯겨나가고 천장에 구멍이 나도,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모른 척하며 살아왔습니다. 이 공동의 집 초석에 금이 가고 기둥이 흔들리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이제 우리가 마음을 고쳐먹고 삶의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이 공동의 집이 곧 무너질 징조가 사방에 드러났음을 경고하고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도끼가 나무 밑동에 놓였습니다. 지금 회개하지 않으면 인류는 종말적 파국을 향해 돌이킬 수 없는 질주를 시작하게 됩니다. 생태적 회개는 우리의 무절제한 욕망을 제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집주인이신 창조주께 우리가 저질러온 생태적 죄악을 기워 갚는 데에는 생태적 보속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무너뜨려 온 생태계의 균형을 복구하는 일에 우리는 상당한 희생과 봉헌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제주도가 한국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지만, 우리들의 무분별한 소비와 내버리는 행위로 이 땅도 이미 섬 전체가 쓰레기로 뒤덮일 위험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쓰레기 섬을 보금자리로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제주도민만이 아니라 이 나라 국민 모두를 위해서도 제주의 생태계가 유원지로 전락하고 투기세력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우리는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과 힘을 합하여 저지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제주의 전통적인 조냥 정신과 수눌음 문화를 통하여 제주의 생태계를 살리는 생태지킴이가 됩시다.


2016년 대림 첫 주일에
제주 감목  강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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